질문1. 어려웠던 과목과 쉬웠던 과목은? 형법이 지문이 길고 복잡해서 힘들었다. 그리고 외울 게 많았던 경찰학개론...의외로 영어가 쉬웠다.질문2. 에듀윌 경찰공무원의 좋은 점은? 가답안도 문자로 보내주시고 여러가지로 정보력 부족한 제게 그때그때마다 문자로 공무원 소식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질문3. 자유롭게 시험 후기를 남겨주세요. 작년 여름에 준비해볼까 하고 엉겁결에 시험 준비에 들어가게 됐다. 에듀윌 선택했던 건 몇 년 전 여름에 길에서 받았던 에듀윌 플라스틱 부채를 지난 여름 내내 펄럭이고 있었던 영향이 크다. 모르겠다. 뭐, 광고도 하고 이름도 있으니까 괜찮겠지. 매사에 열정도 없고 정보력이 부족한, 아니 정보를 찾으려는 노력과 열정이 없는 스스로의 탓이다. 운전면허부터 따고, (아, 그때도 힘들었다. 도로주행 3번 떨어졌다. 나란 놈, 못난 놈-.) 오랜만에 하게 된 공부. 인터넷 강의는 고등학교 때도 안 들었는데 20대 중반에 처음 듣게 되니 낯설었다. 맨날 졸고, 저녁 때는 유도장 가서 운동하고. 그랬던 7개월이었다. 한심한 7개월. 시험 전날, 다들 화이트 데이라고 난리인데 나는 집에 꽁 박혀서 멍 하니 그냥 교재들 펄렁펄렁 넘겼다. 허무, 했다. 지난 7개월 나는 뭘 한 거지. 외울 게 많은 경찰학개론은 교재를 펼치면 참 낯선 어휘들뿐이다. 분명 1회독 했던 건데. 언젠가 한 번 돌아봤을 부분들, 내 삐뚤빼뚤한 글씨체로 필기가 되어있는 부분들인데 너무나 낯설다. 이 글씨를 끄적여놓은 게 진정 나였던 걸까. 여기를 펼쳐도 외워야 할 것, 저기를 펼쳐도 외워야 할 것. 내일이 시험인데. 그냥 웃음밖에 안 나왔다. 뭐하다가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아침이 닥쳐왔다. 시험장 가는 길에 참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다들 필기 노트 손에 손에 들고 중얼거리면서 가는데 인도 위로 어떤 아주머니가 자전거 타고 지나가더라. 그러니까 뒤에서 청년 두 명이 "야, 지금쯤 다들 인도 위로 자전거 타고 가면 안된다고, 경찰학개론 떠올리고 있겠지." 자세히는 기억 안 나는데 이렇게 종알종알 웃더라. 나는 물끄러미 멀어지는 자전거를 바라봤다. 그래, 그런 내용을 경찰학개론에서 배웠던 듯도 하다. 자전거는 멀어졌다. 나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시험장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없었다. 이름은 빼곡하게 차 있었지만 빈 자리가 부지기수였다. 으레 그렇다고, 인터넷에 누군가 시험장 후기 올려놓은 글이 떠올랐다. 품에 한 가득, 교문에서 떠안겨준 경찰학원 홍보지들, 사탕들을 가방에 쓸어담고 앉아서 시험을 기다렸다. 교문에서 받은 요약집들을 펼쳐봤다. 외우기 좋게 모아놓은 글귀들. 그러나 내 머리에는 들어있지 않은 주문들이다. 혹여나 나올까 하고 일단 눈에 담았다. 9시 20분 즈음, 일찌감치 신분검사하고 가방들을 교실 앞으로 뺐다. 시험 전 40분 동안은 공부를 하지 못했다. 어차피 상관없었다. 계속 자전거만 떠올랐다. 그 아주머니는 어디로 가시는 길이었을까. OMR 카드에 정보 입력하고, 10시부터 시험지 받아서 끄적끄적 시험을시작했다. '할 수 있다', '하여야 한다' 경찰학개론은 계속 나를 능멸하고-. 위만이 무슨 패션으로 고조선에 들어왔는지 물었다. 100분이 이렇게 빠르게 지나가다니. 글씨 많은 형법 풀 때가 가장 힘들었다.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이상한 건 점수는 한국사가 더 안 나왔다는 거지. 집으로 돌아가는 길. 교정 군데군데 서 있는 형광색 경찰들이 부럽다. 터덜터덜, 지하철에 몸을 싣는데 경찰 시험 응시한 아이들이 떼로 몰려서 너무 복잡하다. 이렇게 5호선을 타고 주욱 가야 하는구나. 같은 학원에서 공부하던 아이들인지 다들 모여서 이런 저런 시험 얘기들을 한다. 이번에 형법 쉬웠어, 그지? 영어도 쉽더라. 꺄, 오빠. 책 봐봐. 이거 맞지. 나는 시험을 봤지만 보지 않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다. 그냥 잠들고 싶었다. 부끄러웠다. 다들 내 7개월을 빤히 알고 있는 듯 웃었다. 모르겠다. 내가 진짜 경찰이 되고 싶은걸까. 열정은, 어디로 간 건지. 오후 늦게 가답으로 채점해보니 평균 55. 일단 시험 삼아 본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다음 시험은 잘 보자고-. 문득 어지럽다. 자전거를 탄 그 아주머니는 어디로 가셨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