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 핵심 아젠다 토론회서 '5급 공채 폐지' 주장 제기돼
?더불어민주당 초·재선 의원이 주도하는 싱크탱크 더미래연구소가 5급 공채시험인 행정고시를 없애고 7급 공채시험과 통합하는 방안을 담은 ‘공무원 인사제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수험가가 술렁이고 있다.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통령선거 핵심 아젠다 토론회에서다. 특히 개편안엔 5급 공채 폐지와 함께 민간경력 채용자를 주요 정책 결정 직위까지 배정한다는 내용까지 담겨있어 현대판 음서제를 더욱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더미래연구소 “5급 공채 전면적 폐지가 답”
?더불어민주당 초·재선 의원이 주도하는 싱크탱크 더미래연구소가 5급 공채시험인 행정고시를 없애고 7급 공채시험과 통합하는 방안을 담은 ‘공무원 인사제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수험가가 술렁이고 있다.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통령선거 핵심 아젠다 토론회에서다. 특히 개편안엔 5급 공채 폐지와 함께 민간경력 채용자를 주요 정책 결정 직위까지 배정한다는 내용까지 담겨있어 현대판 음서제를 더욱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날 발제를 맡은 최지민 선임연구원은 “1949년에 제정된 고등고시령을 근간으로 하여 경쟁시험을 통한 급수별 임용방식의 큰 틀이 67년째 유지되고 있다”면서 “과도한 계급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5급 채용제도를 전면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공공 부문 인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과거와 달리, 5급 관료와 7·9급 공무원들의 경쟁력에 큰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5급 공채출신에게 과도한 혜택이 집중돼 공무원들의 근로사기가 저하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5급 이상 관료는 정부정책 결정 및 감독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반면, 6급 이하의 공무원은 행정집행과 민원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직급 간 업무의 성격과 권한 차이가 큰 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앙 및 지방공무원과 전문가 집단의 대부분이 급수를 막론하고 신규 채용자의 기본자질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인식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 주요국가의 경우 엄격한 직급별 입직방식을 고수하지 않고 동일한 직급으로 신규 채용자를 뽑아 능력에 따라 승진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 또한 5급 공채 폐지론에 힘을 싣는 근거다.
최 연구원은 “영국과 싱가포르의 경우 능력 있는 관료들의 승진을 전폭적으로 보장하는 속진임용제를 운영해 공직의 성과주의 문화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바 있다”면서 “외무고시와 사법고시 폐지로 인한 가시적 성과는 행정영역이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는 급수별 입직방식의 개선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그간 한정적 역할에만 머물렀던 ‘민간경력채용자’를 주요 정책 결정직위까지 배정하고 개방형 임용 입직자의 임기를 보장하는 등 공직사회의 개방성은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최 연구원은 덧붙였다.
이에 따라 향후 5급 공채시험을 폐지하되 7급 공채를 통해 신규 공무원을 일괄적으로 선발할 경우, 300명에게만 실질적으로 부여됐던 고위직 진입통로가 넓어져 공직 내 폐쇄적 카르텔을 해소하고 입직자들의 근무동기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연구소는 보고 있다.
◆ 공시생 “돈도 실력이냐” 반발
그러나 개혁안을 바라보는 공무원 수험생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5급 공채 폐지가 7급과 9급 공채 경쟁률의 폭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박모씨(27)는 “그렇지 않아도 7급 시험에 PSAT를 도입한다고 해서 심란한데, 5급 응시자들로 하여금 7급 시험에 도전할 것을 부추기는 내용의 개편안을 보니 속이 터질 지경”이라면서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일 뿐이지만, 정책을 제안하는 사람들이 공무원 수험생들의 힘든 현실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며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행시 폐지가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개악(改惡)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수험생들의 불만이 가장 집중되고 있는 부분은 5급 민간경채의 유지다. 필기시험 성적이 사실상 당락을 좌우하는 공채의 경우 비교적 실력에 따른 입직이 보장되지만 관련 경력이나 학위, 자격증 등의 조건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경채의 경우 공정한 경쟁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현 5급 민간경력자 채용시험의 경우 일부 분야는 변호사 자격증 소지 후 2년 이상 관련 경력만 있어도 지원 가능해 수험생들 사이에선 더불어민주당의 ‘개혁안’이 로스쿨 출신 꽂아주기 아니냐는 비아냥마저 나오고 있다.
수험생 안모씨(26)는 “로스쿨은 그동안 입시부정, 금수저 특혜 논란의 중심이었는데 이에 대한 뚜렷한 대책 없이 공직사회를 개혁한답시고 로스쿨 출신들이 고위직을 독점할 수 있는 여건을 더 조성해준다면 그게 과연 진정성 있는 개편안이라고 볼 수 있겠냐”고 반문하면서 “전문성 있는 인재를 공정하게 고위직에 등용하려면 경채도 폐지하는 게 답”이라고 주장했다.
에듀윌 황남기 교수는 “해당 개편안은 기회의 폭을 넓게 해준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무분별한 경력채용은 오히려 문호를 좁힌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해당 개편안은 당론이 아니라 초선 의원들의 의견일 뿐”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행정고시 수험생들을 중심으로 각 대학가에선 행시 폐지 반대를 외치는 집단행동을 예고하고 있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미래기자<출처:공무원저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