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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rc="/Img/Common/bu.gif" width="9" height="9"> 종로소방서 화재진압대 정남주 소방관 | | 종로소방서 화재진압대 정남주 소방관
"불 속에 들어가니 아무렇지도 않더라고요"
"일이 치열한 만큼 보람도 클 것"…"묵묵히 일하는 멋진 소방관 되고 싶어"
feel it in my fingers, I feel it in my toes(손끝으로 느껴요. 발끝으로 느껴요)….”
서울 종로소방서(서장 황순철) 세종로파출소 화재진압대 정남주(22) 소방관의 휴대전화 번호를 누르자 지난 겨울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영화 ‘러브 액츄얼리’의 신나는 주제가가 흘러나왔다.
이윽고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 역시 컬러링 음(音)처럼 밝고 경쾌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화마(火魔)와 싸우면서 재투성이가 돼 뒹구는 사람의 이미지는 그 어디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불이 두렵지 않느냐고요? 아니오. 소방관이 되기 전에는 막연히 무서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화재 진압하러 불 속으로 뛰어들어가니 아무렇지도 않더라고요.”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굴에 들어갔더니 호랑이가 무섭지 않더라’고 말하는 이 담대한 여성은 올 4월로 소방관이 된 지 꼭 1년 4개월째를 맞았다.
소방관이 되기로 결심한 것은 2002년 초. 고향인 전남 여수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스튜어디스가 되고 싶어 모 대학 항공운항과에 원서를 넣었다.
아쉽게도 패배의 쓴맛을 봐야만 했던 그는 이후 인천 할머니댁에 머물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진로를 모색했다.
“친한 선배언니가 우연히 소방직 공무원 시험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들었어요. 관심이 가기에 여경(女警)인 외숙모께 여쭤봤더니 적극 추천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서울시 소방공무원 공채 시험에 응시했죠.”
10kg 넘는 공기통 짊어지고 마네킹 구출하는 훈련도
소방공무원은 화재 진압, 기관(소방차 운전), 구조·구급, 행정직으로 나뉜다.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여성은 소방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더라도 대개 구급요원이나 행정직에 지원한다. 그러나 그는 주저하지 않고 화재 진압 업무를 택했다. “일이 치열한 만큼 보람도 클 것”이라고 생각해서였다.
신입 소방관들은 8주간의 고된 훈련과정을 거친다. 방수복과 장화, 안전모를 착용한 후 10㎏이 넘는 공기통을 짊어진 채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짙은 연기를 뚫고 들어가 실제 사람 무게의 마네킹을 ‘구출’해 오는 훈련, 10여층 높이의 옥상에서 아래층 창문을 통해 건물 내로 진입해 불을 끄는 훈련 등을 남자 소방관들과 똑같이 받아야만 했다.
그는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오기’와 ‘사명감’으로 버텼다”고 했다.
“소방관은 업무의 위험성이 큰 만큼 일반공무원보다 더 강한 봉사정신을 필요로 해요. 그만큼 임무를 완수해냈을 때의 기쁨도 크죠. 제 생명을 걸면서까지 다른 이들의 생명을 구한다는 것이 바로 소방관직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불도 두렵지 않고 고된 훈련도 정신력으로 이겨냈다는 그에게 “그렇다면 가장 힘든 일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남자들만의 세상’에 동떨어져 있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여중·여고를 나온 데다 딸 네 명 중 둘째라 항상 친구가 될 만한 여자들이 있는 환경에서 자랐는데 갑자기 남자들만 있는 데서 직장생활을 하려니 좀 힘들어요.
다들 딸처럼 여기고 잘해주시지만 여자들끼리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현재 종로소방서에 소속된 여성 화재 진압반원은 그 말고도 한 명이 더 있지만 근무조가 달라 다른 직장에서 일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한다.
서울시가 사상 최초로 여성 화재 진압 업무 소방관을 채용한 것은 2001년 4월,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04년 4월 현재 서울시 소속 화재 진압 업무 소방관 3000여명 중 여성은 21명이 됐다.
그는 격일로 오전 9시부터 이튿날 9시까지 24시간 밤샘 근무를 한다.훈련도 없고 동원도 없을 때엔 대기실에서 책을 읽는 편이다.
이런 빡빡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그는 시간을 쪼개서 야간대학(단국대학교 2부대학 영어영문학 전공)에 다니고 있다.
소방관 일을 하면서 야간 학교까지 동시에 다녀야 하는 일이 힘겨울 법도 한데 본인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한다. 시간을 절약하려고 집도 단국대 옆으로 옮겼다.
처음엔 오기와 사명감으로 버텨
근무가 없는 날 저녁이면 탤런트 소지섭에 열광하고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며 눈물짓는 평범한 22살짜리 여대생으로 돌아간다.
학업을 손에서 놓지 않는 이유는 “배우는 게 좋기 때문”이란다.
“사실 소방관 일도 배움의 연장이라고 생각해요. 목숨 걸고 불 속에 뛰어들면서도 삶의 보람을 느끼며 뿌듯해하는 선배 소방관들을 보면서 예전엔 미처 몰랐던 많은 것들을 배우거든요.”
정남주 소방관은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일하지만 화재 오인 전화를 받거나 장난 전화를 받을 땐 많이 화가 난다고 말했다.
“밥 먹다가도 화재 진압 준비를 하고 뛰쳐나가는데 막상 가보면 별 일 아닌 화재 오인인 경우가 꽤 많아요. 그럴 땐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맥이 많이 빠져요.”
그는 나이를 먹고 결혼을 하더라도 끝까지 소방관으로 남고 싶어한다.
“남편될 사람이 싫어하지 않겠느냐고요? 모르겠어요. 그런 생각 안 해 봤어요. 특별히 그런 게 문제되는 직업이라고 생각 안 해요. 앞으로 계속 들어올 여자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묵묵히 일하는 멋진 소방관이 되고 싶어요.”
출처 : 조선일보 곽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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